“저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왜 이렇게 아이에게 화를 참지 못할까요?”,
“어제 아이와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싸웠어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요”
각자 표현은 다르지만 엄마로서 더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엄마들을 참 많이 만나왔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나 자책하는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엄마는 필자의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아이들을 키우며 비슷한 고민과 아픔을 경험했었음을 고백한다.
정서발달, 언어발달, 인지발달, 사회성 발달 등 아이의 전반적 발달에서 양육자의 역할은 강조된다. 특히 아이의 생애초기에 애착대상과의 상호작용의 질적인 측면은 아이에게 평생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명제로 인해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했다고 느낄 때 엄마들의 불안과 고민은 깊어질 수 있다.
“아이가 예민하거나 감정조절 못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내 잘못인 것 같아요."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게 될까봐 걱정스러워요."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엄마로서 무력감을 느껴요.”
이런 마음의 표현들은 과거 육아에서 많은 성장통을 겪었던 필자의 고백이기도 했고 현재 성장통을 겪고 있는 많은 엄마들의 고백이기도 하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해주고 싶은 소망을 강하게 가졌던 엄마들일수록 실제 육아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일반적으로 ‘좋은 엄마’라고 한다면 ‘항상 밝고 따뜻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봐주고, 마음을 잘 헤아려주며 아이의 필요와 욕구를 적절하게 채워주는 엄마, 적어도 아이에게 부적절한 감정표출은 하지않는 엄마’로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혹은 자신의 어머니와의 관계속에서 결핍되었던 측면을 채워주는 엄마를 ‘좋은 엄마’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도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가 모두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세상에 ‘좋은 엄마(good mother)’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위니컷(Winnicott, 1960)이라는 저명한 심리학자는 <유아는 최적의 양육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만하면 좋은 양육(good enough mothering)’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좋은 엄마(good mother)’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만하면 좋은 양육(good enough mothering)’을 제공해주는 ‘이만하면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되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왔는데 아이와의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되고 그 속에서 ‘좋은 엄마’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좋은 엄마’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썼던 노력들이 때로는 더 큰 좌절감과 아픔으로 경험되었던 분들께 진심으로 격려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 시행착오와 실수가 많았다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엄마’라는 자리를 지켜오신 것만으로도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
자녀에게 ‘이만하면 좋은 양육(good enough mothering)’을 제공하기 위한 여러 측면의 제안들을 드릴 수 있지만 오늘은 ‘이만하면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되기위한 근본적인 제안을 드리고자한다. ‘이만하면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되기 위해서는 ‘행복한 엄마’가 되면 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은 언제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필자는 자신의 마음에 귀기울여주는 것을 제안드리고 싶다. ’나의 마음이 어떤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안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고 사랑과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주어진 삶의 무게감에 대한 버거움이 느껴질 수도 있고 내가 통제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경험을 하게 될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느껴질 수도 있다. 또는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 분노가 올라올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이든 어떤 마음이든 다 괜찮다. 감정이나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되어지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떤 분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등 우리의 마음에 귀 기울이기를 방해하는, 상당히 매혹적인 것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드라마나 예능, 폰 게임이나 웹툰, 또는 인터넷 쇼핑 등은 즐거움을 줄 수는 있겠으나 순간적일뿐이다.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귀를 기울여주기 위해서는 노력과 결단이 필요하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허락되는 시간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정원을 가꾸기 위한 요일과 시간을 따로 정하기를 추천드린다. 잔잔한 음악과 따뜻한 차 한잔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컴퓨터나 노트 앞에 앉아 떠오르는 마음과 생각들을 끄적끄적 써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글로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핸드폰에 음성 녹음을 눌러 자신의 마음을 녹음할 수도 있다. 자신의 마음이나 기억나는 꿈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볼 수도 있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산책을 나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이야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거나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이번주에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했던 사건을 떠올려보자. 아이와의 갈등상황이나 힘겨웠던 상황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그때 내 마음은 어떠했는지, 내안에서 어떤 감정들이 경험되었는지, 내가 정말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지, 그 말은 왜 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면의 나의 감정과 욕구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며 글이나 음성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 또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바로 그 순간에 잠시 멈추고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화가 났지? 난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있지? 내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무엇이지?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거지?’ 등을 속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데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과 욕구를 돌아봐주는 것이 ‘이만하면 행복한’ 엄마로서 ‘이만하면 좋은 양육’을 제공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