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자를 떠나 세상을 탐색하고 사회적 관계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애착형성입니다. 안정애착의 정도에 따라 새로운 환경, 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할 때의 아이반응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주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굳건하게 형성해가며 ‘세상과 사람은 안전하구나, 우리는 서로 좋은 것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관계구나‘라는 기본적인 신뢰감과 안정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뢰감 속에 내적 안정감이 확보된 친구들은 세상에 대해서 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게 됩니다. 외부세계에 대한 경계와 긴장감, 불편감이 적으니 관계 속에서 보다 밝은 표정과 유연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상대방도 그 관계속에서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끼기가 쉽지요. 일종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인데 그러면 아이는 ’역시 세상과 사람들은 나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 세상은 위험하지 않구나’라는 확신이 더 커지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애착이 형성되긴 했으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감과 내적 안정감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면 아이는 익숙한 공간이 아닌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긴장감, 경계, 불편감, 불안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익숙하지않은 상황에서 산만한 행동이 증가하거나 상대방을 여러 차례 살피며 눈치를 보거나 양육자옆에 붙어있어 다른 곳으로 움직이려하지 않거나 사소한 자극들에 짜증과 예민한 반응이 증가한다면 그 순간 우리 아이 마음안에서 불안과 불안정성이 활성화되었다고 가정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아이의 기질도 함께 생각해야합니다. 순한 기질의 아이보다는 예민한 기질의 아이가 두번째의 반응을 보이기가 쉽습니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동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데 주양육자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와 나와의 애착이 안정애착인지 불안정애착인지, 혹 우리 아이가 낯선 곳에서의 적응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내가 염려할 정도인지 아닌지 어떤 기준이 있나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먼저 간단히 생각해볼 수 있는 기준은 아이가 보이는 반응의 '강도(정도)와 빈도‘입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났을 때 위에서 언급한 아이의 반응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느 정도의 빈도로 나타나는가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이때 양육자의 주관적 느낌도 중요합니다. 양육자 입장에서 감당할 정도인지, 아니면 이런 저런 방법을 써봐도 아이의 반응이 달라지지않음으로 인해 양육자가 점점 지쳐가는지 생각해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내향형의 아이이고 기질적으로도 예민한 편이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고 때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하더라도 양육자입장에서 감당할만하고 좀더 놀아주거나 마음을 써주었을 때 적응적으로 반응하는 횟수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계속 그와 같은 노력을 해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노력을 해줄 때 잠시 괜찮다가 다시 불편해질 때가 많고 그 과정속에서 양육자의 피로도와 스트레스 수준이 감소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와 나와의 안정애착을 위해 좀더 전문적인 개입 또는 아이와의 안정적인 애착형성을 위한 보다 일관성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에게 주양육자는 일종의 안전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양육자와의 관계속에서 안정애착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게되면 자신의 마음 안에 안전기지를 확보하게 됩니다. 내면세계에 안전기지가 확보된 아이들은 외적인 다양한 자극들과 스트레스에 의해 순간적으로 불안정성과 불안이 올라올 때에도 안전기지를 통해 스스로 마음의 안정감을 찾으며 적응력과 융통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안전기지가 마음 안에 형성되지 못한 친구들은 자신의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는 대상을 내외적으로 찾게 됩니다. 그래서 안정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친구들이 주양육자와 떨어져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가는 것을 불편해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신의 안전기지역할을 해줄 대상을 찾지 못한다면 기관에 가는 것을 거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주양육자와의 안정적인 애착형성을 통한 신뢰감과 안정감 획득은 마치 인생의 첫 번째 벽돌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확보하지 못한 아이는 인생의 다음 발달과업인 자율성과 주도성의 벽돌을 쌓기도 어려워집니다. 안정적인 애착형성 여부는 아이의 생애 전반에 걸쳐 외부세상(인간관계 포함)을 대하는 태도와 관계하는 방식, 자아존중감 형성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아이의 삶의 초기성장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마음을 쏟으실 필요가 있겠습니다.